No.02
광산이 남긴 가장 비싼 청구서는 토양이다
이번 호 한 문장
새 광산이 늘어날수록, 언젠가 되돌려야 할 땅의 몫도 함께 커집니다.
✏️ 에디터 노트 · Editor's note
안녕하세요. 전 세계 토양 복원의 흐름을 읽는 뉴스레터, 모스픽입니다.
지난 호에서 복원이 캠페인에서 법과 숫자로 넘어오고 있다는 이야기를 다뤘었는데요. 이번 호는 그 흐름이 가장 큰 규모로 부딪히는 산업, 광산업으로 들어가봅니다.
광산 뉴스는 대개 구리 가격이나 배터리 공급망 이야기로 채워집니다. 하지만 채굴이 끝난 뒤 그 땅을 어떻게 복구하는지, 그 책임은 누가 지는지는 좀처럼 헤드라인이 되지 않죠. 광물을 캐낸 그다음, 광산업이 마주하는 토양 복원의 문제를 들여다보려 합니다.
— 모스픽 에디터 드림
💡 WHY · 왜 지금 주목해야 할까요?
'얼마나 캐느냐'에서 '어떻게 되돌리느냐'로.
청정에너지 전환은 엄청난 양의 금속을 요구합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금의 정책 기조만 유지돼도 2040년까지 구리 수요는 약 30%, 리튬 수요는 약 5배 늘 것으로 전망합니다. 그만큼 새 광산 개발도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 붐이 곧 미래의 복구 부채라는 점입니다. 광산은 언젠가 닫히고, 파헤쳐진 땅은 되돌려야 하니까요. 그래서 규제·투자·기술의 무게중심도 '개발'에서 '폐광 이후'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복원을 증명해야 새 광산을 열 수 있고, 복원 실패가 곧 재무 리스크가 되는 방향으로요.
🗞️ 이번 호 주요 뉴스 · 3
News 01 — ⛏️ 쌓여가는 복구 부채

Global · 핵심광물
- 무슨 일이 있었나핵심광물 개발 확대로 신규·확장 광산이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동시에 회계·컨설팅 업계에서는 경고음도 나오고 있는데요. EY는 2026년 광산업이 운영 복잡성, 비용·생산성 압박, 자본 조달 부담에 직면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문제는 폐광 이후의 비용입니다. 여러 폐광 비용 분석은 복구 비용이 미래 환경 조건, 규제 변화, 물가 상승을 반영하지 못한 채 실제보다 낮게 잡히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합니다. 이에 따라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와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 등은 광산 복구 비용 산정 도구와 재정보증 지침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 쉽게 말하면광산을 개발하는 동안에는 수익이 나지만, 되돌리는 비용은 대개 문을 닫을 때 크게 드러납니다. 새 광산이 늘어난다는 건, 20~40년 뒤 복구해야 할 땅과 그 청구서도 함께 쌓인다는 뜻입니다.
- 왜 중요한가그 청구서의 실체는 결국 토양입니다. 광미, 폐석, 노출 사면을 다시 식물이 살 수 있는 땅으로 되돌리는 비용이죠. 그래서 규제 당국은 복구 비용을 더 정확히, 더 일찍 계산하라고 요구하기 시작했습니다. 복구가 더 이상 마지막 단계의 정리 작업이 아니라, 광산 운영 초기부터 재무적으로 반영해야 하는 책임이 되고 있는 것입니다.
- 앞으로 무엇을 봐야 하나신규 광산의 복구·사후관리 비용이 재정보증에 제대로 반영되는지, 그리고 그 '진짜 비용'을 누가 계산하고 책임지는지를 봐야 합니다.
출처 · IEA Global Critical Minerals Outlook 2025 / EY Top 10 mining risks and opportunities 2026 / Audit Office of NSW — Regulating Mine Rehabilitation (2025) / NSW Resources — New Rehabilitation Cost Estimation Tool (2025.10)
News 02 — ⚖️ 광업 표준이 하나로 합쳐진다

Global · CMSI / ICMM
- 무슨 일이 있었나그동안 제각각이던 세계 주요 자율 광업 표준이 하나로 통합되고 있습니다. 바로 통합광업표준 이니셔티브 CMSI입니다. CMSI는 Copper Mark, 캐나다 TSM, 세계금협의회, ICMM의 기준을 통합하는 흐름입니다. 최종화되면 약 100개 기업, 600개 사업장, 60개국을 아우르는 큰 표준이 될 전망입니다. 이 표준의 핵심 축 중 하나가 환경 관리이고, 여기에는 폐광과 복구도 포함됩니다. 게다가 ICMM 소속 기업들은 이미 폐광 완료 시점까지 생물다양성 순손실 없음 또는 순증가를 달성하겠다고 약속한 상태입니다.
- 쉽게 말하면복구가 '착한 기업의 자율 활동'에서 '시장에 남으려면 통과해야 할 공통 문턱'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흙을 덮고 씨를 뿌리면 복구라고 말할 수 있었다면, 이제는 얼마나 되살아났는지를 보여줘야 합니다.
- 왜 중요한가순증가를 주장하려면 잃은 것과 되살린 것을 둘 다 숫자로 내밀어야 하고, 재정보증도 그 숫자가 있어야 돌려받죠. 캐내는 것만으로는 부족해진 겁니다. 이제는 되살렸다는 증거까지 있어야 문을 닫을 수 있습니다. 한국도 같은 흐름 안에 있습니다. 광해광업공단은 폐광의 토양개량·산림복구·수질 개선을 장기 관리하며, 2026년 광해방지사업 예산을 역대 최대인 1,147억 원으로 늘렸습니다.
- 앞으로 무엇을 봐야 하나독립 이사회 구성과 최종 표준 승인이 남아 있는 만큼, 폐광·복구 요건이 얼마나 엄격하게 확정되는지, 그리고 앞으로 '복구 완료'를 어떤 증거로 인정하게 될지를 봐야 합니다.
출처 · Consolidated Mining Standard Initiative (CMSI) / ICMM Position Statement: Nature / KOMIR 2026 광해방지사업 추진계획 (2026.01)
News 03 — ☀️ 폐광지의 두 번째 삶: 되살릴까, 덮을까

Global · 폐광 재생
- 무슨 일이 있었나문 닫은 광산의 땅을 어떻게 쓸 것인가. 업계와 에너지 부문이 새로운 답을 찾고 있습니다. 국제 에너지 감시단체 글로벌에너지모니터 GEM은 2025년 보고서에서 폐광했거나 2030년 전 폐쇄 예정인 석탄광을 태양광 발전소로 전환하면 전 세계 태양광 용량을 약 15% 늘릴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잠재력이 큰 곳은 호주, 인도네시아, 미국, 인도입니다. 실제로 2026년 미국 일리노이에서는 100년 넘은 폐석탄광이 650여 가구·기관 등 지역 가입자에게 전력을 공급하는 커뮤니티 태양광 단지로 전환됐습니다.
- 쉽게 말하면파헤쳐진 폐광지는 숲으로 되돌리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원상복구 대신 태양광 같은 다른 쓸모를 주자는 흐름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미 길, 전력망, 평탄화된 땅이 있어 유리하고, 그 수익이 방치되던 부지를 정리할 재원이 될 수도 있습니다.
- 왜 중요한가여기엔 반가운 소식과 까다로운 질문이 함께 있습니다. 폐광지 재활용은 훼손된 땅을 정리할 '돈'을 만들어냅니다. 하지만 흙을 그대로 덮고 패널을 올리는 건 땅을 되살린 것일까요, 아니면 표토 복원을 건너뛴 우회로일까요? 덮는 것과 되살리는 것은 다릅니다. 업계가 이 둘 사이에서 어떻게 선을 긋느냐가, 앞으로 폐광지 수천 곳의 운명을 가를 수 있습니다.
- 앞으로 무엇을 봐야 하나태양광 수익이 실제 오염 정리와 토양 복원에 재투자되는지, 그리고 패널 아래 흙의 상태를 누가 관리·측정하는지를 봐야 합니다.
출처 · Global Energy Monitor — Converting closed coal mines to solar can add 15% to global capacity (2025.06) / Illinois put community solar on a 150-year-old coal mine (2026.06)
📖 용어 노트
이번 호에 나온 낯선 말들, 한 줄로 정리했어요.
- 광미 鑛尾, tailings / 광물찌꺼기광석에서 금속을 뽑고 남은 미세한 잔여물. 대체로 유기물·양분·미생물 기반이 부족한 척박한 기질이라, 광산 토양 복원의 출발점이자 가장 큰 걸림돌이 됩니다.
- 재정보증 Financial Assurance광산이 문 닫을 때 복구비를 확실히 확보하려고 미리 예치하는 보증금. 복구가 검증돼야 돌려받을 수 있어, '측정'이 곧 돈과 연결됩니다.
- 순손실 없음 / 순증가 No Net Loss / Net Gain개발로 잃은 생물다양성을 최소한 상쇄하거나, 그 이상으로 회복하는 개념. 복원의 눈높이가 단순 원상복구에서 생태계 회복의 결과로 올라가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 CMSI 통합광업표준 이니셔티브제각각이던 주요 자율 광업 표준을 하나로 합치는 작업. 최종화되면 가장 넓게 적용되는 광업 표준 중 하나가 될 전망입니다.
🔎 키워드 깊게 파기
'진행형 복구'가 왜 업계의 새 상식이 되고 있나요?
이번 호 세 흐름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진행형 복구(Progressive Rehabilitation)입니다. 광산을 다 판 뒤에 한꺼번에 되돌리는 게 아니라, 채굴이 끝난 구역부터 순차적으로 복구해 가는 방식입니다.
업계가 이쪽으로 움직이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복구를 폐광 시점까지 미루면 두 가지 부담이 마지막에 한꺼번에 터집니다. 막대한 비용이 몰리고, 되살려야 할 척박한 흙도 통째로 쌓입니다. 그때 회사가 사라졌거나 재원이 부족하면, 복구 책임은 고스란히 사회와 지역에 남습니다. 진행형 복구는 그 부담을 광산의 생애 전체로 분산합니다. 채굴이 끝난 구역부터 먼저 안정화하고, 흙과 식생이 회복되는지를 운영 중에 확인하는 방식입니다.
다만 여기에도 함정이 있습니다. 복구를 앞당길수록 증명해야 할 시점과 지점도 함께 늘어납니다. 구역 하나를 되살렸다면, 그곳이 정말 되살아났는지도 구역마다 따로 보여줘야 하니까요. 그렇게 진행형 복구는 '되살렸다'가 아니라 '되살아났음을 증명한다'의 문제로 넘어갑니다.
🧭 COFN Lens
초록색은 생각보다 거짓말을 잘합니다. 흙 위를 덮은 초록이 곧 살아난 땅은 아니니까요. 그래서 질문은 '복구'에서 '복원'으로 넘어갑니다. 광산 복원은 준공으로 끝나는 일이 아니라, 토양 유기탄소와 미생물 활성, 식생 회복, 수질, 생물다양성이 실제로 회복됐는지를 시간이 지나며 확인하는 과정입니다. 결국 관건은 되살렸다는 말이 아니라, 흙 속에서 실제로 일어난 변화를 데이터로 보여줄 수 있는가입니다.
💬 다음 호 예고
산불이 나면 흙은 어떻게 될까요? 까맣게 타는 것만 문제가 아닙니다. 불에 탄 땅은 한동안 빗물마저 밀어내서, 비가 회복을 돕기는커녕 흙을 씻어내리거든요. 다음 호에서는 산불이 지나간 땅의 그다음을 들여다봅니다.
모스픽은 격주로, 땅의 관점으로 찾아갑니다. 2주 뒤 같은 자리에서 뵐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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