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을 것인가, 기다릴 것인가
Korea · 산림 복원 · 2026년 7월 22일

무슨 일이 있었나
큰 불이 지나간 뒤 각국이 마주하는 질문은 같습니다. 심을 것인가, 기다릴 것인가. 독일은 자연회복을 원칙으로 삼되 더딘 곳에만 보완 조림을 하고, 일본은 동일본 대지진 뒤 해안방재림 피해 구간 164km의 88%에 흑송 등을 직접 심었습니다. 가장 최근의 구체적인 답은 한국에서 나왔습니다. 2025년 3월 초대형 산불을 겪은 경북도는 5개 시·군 민유림 8만 9,804㏊ 가운데 83.7%를 자연복원에 맡기고, 16.1%에만 나무를 심기로 했습니다. 씨앗이 날아들 곳이 없거나 흙이 심하게 쓸려나간 곳, 산사태 위험이 큰 급경사지와 사람 사는 곳 가까운 산만 조림을 병행합니다. 땅의 조건에 따라 방식을 달리하는 '기능별 맞춤 복원'입니다.
쉽게 말하면
심으면 빠르고 눈에 보이지만, 비용이 크고 실패도 잦습니다. 기다리면 더 건강하게 돌아오지만, 시간이 걸리고 그사이 흙이 쓸려나갈 위험이 있습니다. 그래서 최근의 흐름은 '한쪽을 택한다'가 아니라 '땅마다 다르게 본다'입니다. 실제로 의성군은 올봄 227㏊에 나무를 심었고, 같은 군의 고운사 사찰림은 자연에 맡겼습니다.
왜 중요한가
그린피스가 지난 5월 내놓은 고운사 사찰림 보고서에 따르면, 면적의 97%가 탄 이 숲은 주변 유역까지 놓고 보면 4분의 3 이상에서 자연복원이 활발했고, 식생 지수(NDVI)도 산불 직후 0.14에서 0.5 이상까지 올라왔습니다. 50년 빈도 호우를 가정한 모형에서도 토양 침식 위험 구간이 51.1%에서 10.8%로 줄었습니다. 다만 그 초록은 씨앗이 아니라, 살아남은 뿌리에서 다시 돋은 맹아(萌芽)입니다. 식생이 덮이면 흙은 덜 쓸려나가지만, 흙이 회복된 건 아닙니다. 칠레의 지중해성 산림을 14년간 추적한 연구에서도 흙은 불 이전의 양분 균형을 되찾지 못했습니다. 땅 위는 몇 해면 돌아오고, 흙은 훨씬 느리고, 뿌리마저 잃은 비탈에는 다시 돋을 것조차 없습니다.
앞으로 무엇을 봐야 하나
자연복원 구역이 스스로 돌아오는지, 조림 구역의 묘목이 살아남는지는 몇 해에 걸쳐 판가름 납니다. 관건은 그때까지 흙이 그 자리에 남아 있느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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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모스픽 No.03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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