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05
복원 면적 다음에 봐야 할 숫자
이번 호 한 문장
복원 면적은 숫자만 볼 게 아니라, 어떤 기준으로 집계했는지와 그 땅이 전후로 어떻게 달라졌는지까지 함께 봐야 합니다.
✏️ 에디터 노트 · Editor's note
안녕하세요. 전 세계 토양 복원의 흐름을 읽는 뉴스레터, 모스픽입니다.
지난 호에서는 흙 속 탄소를 어떻게 재는지 살펴봤는데요. 이번에는 조금 다른 숫자를 보려고 합니다. 에이커와 헥타르, 즉 땅의 넓이입니다. 최근 눈에 들어온 세 가지 발표가 있었습니다. 재생농업이든 서식지 조성이든 모두 땅의 성과를 면적으로 말하고 있었는데요. 자세히 보니 세 곳이 그 면적을 집계하는 방법은 서로 다르더라고요.
— 모스픽 에디터 드림
💡 WHY · 왜 다들 넓이부터 말할까
기업은 몇백만 에이커에 재생농업을 확대했다고 발표하고, 정부는 몇십만 헥타르를 복원하겠다고 약속합니다. 면적은 사업의 규모를 한눈에 보여주고, 해마다 진행 상황을 비교하기도 쉽습니다. 그래서 기업과 정부의 복원·재생농업 목표에서 자주 등장합니다. 다만 그 숫자를 읽을 때는 두 가지를 함께 봐야 합니다.
그 면적은 어떤 기준으로 집계됐는가. 그리고 그 땅은 얼마나 좋아졌는가.
이번 호는 이 두 질문을 따라갑니다.
🗞️ 이번 호 주요 뉴스 · 3
🌾 News 01 — 470만 에이커는 어떻게 '성과'가 됐을까

Global · PepsiCo
- 무슨 일이 있었나 글로벌 식음료 기업 PepsiCo가 7월 1일 발표한 2025년 농업 성과에 따르면, 전 세계 470만 에이커(약 190만 헥타르)에서 재생농업과 복원·보호 활동이 확대됐습니다. 2024년에는 350만 에이커 이상이었고, 2030년 목표는 1,000만 에이커입니다. 하지만 470만 에이커가 모두 단순히 '사업을 진행한 농지'는 아닙니다. PepsiCo는 토양·물·기후·생물다양성 가운데 두 가지 이상에서 실제 개선이 확인된 농지를 재생농업 성과 면적에 포함합니다. 복원·보호 활동은 별도의 기준으로 집계합니다. 즉, 470만 에이커는 '얼마나 넓게 사업했는지'만 보여주는 숫자가 아니라, PepsiCo가 정한 기준을 충족해 성과로 인정한 면적이라는 뜻입니다.
- 쉽게 말하면 PepsiCo는 사업을 한 땅을 모두 세는 게 아니라, 정해진 기준을 충족한 땅을 성과로 집계합니다.
- 왜 중요한가 똑같이 '100만 에이커를 했다'고 발표하더라도 어떤 조건을 만족한 땅을 집계하느냐에 따라 숫자의 의미는 달라집니다.
- 앞으로 볼 것 조건을 충족했다는 사실과 얼마나 많이 좋아졌는지는 또 다른 정보입니다. 앞으로는 토양 건강이 어떤 지표에서 어느 정도 달라졌는지까지 공개되는지 볼 필요가 있습니다.
출처 · PepsiCo, Agriculture · PepsiCo, PepsiCo announces progress toward 2030 agriculture goals
📊 News 02 — 측정하는 기업은 늘고, 약속하는 기업은 줄었습니다

Global · FAIRR
- 무슨 일이 있었나 6월 29일 투자자 네트워크 FAIRR가 세계 주요 상장 농식품 기업의 재생농업 전략을 분석했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숫자는 두 개입니다. 재생농업의 결과를 측정하거나 관련 측정·보고·검증 체계를 갖춘 기업은 54%였습니다. 반면 결과 중심 목표(outcome-based target)를 세운 기업은 4%에 그쳤습니다. 결과 중심 목표는 '몇 에이커에서 재생농업을 하겠다'는 면적 목표와 달리, 토양·물·탄소 같은 결과를 실제로 어디까지 개선할 것인지 정한 목표입니다.
- 쉽게 말하면 성과를 측정하는 기업은 많아졌지만, '우리는 여기까지 바꾸겠다'고 숫자로 목표를 정한 기업은 많지 않았습니다.
- 왜 중요한가 측정과 목표는 다릅니다. 토양 상태를 측정하는 것과 그 숫자를 앞으로 달성해야 할 목표로 정하는 것은 같은 일이 아닙니다.
- 앞으로 볼 것 기업이 발표하는 '몇 에이커에 적용했다'는 숫자 옆에 실제 변화를 어디까지 만들겠다는 목표도 함께 제시되는지가 다음 관전 포인트입니다.
FAIRR는 상장 농식품 기업 78곳을 조사했으며, 이 가운데 재생농업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50개 기업을 중심으로 주요 지표를 분석했습니다.
출처 · FAIRR, Regenerative Agriculture: Moving from Ambition to Credibility · FAIRR, 관련 보고서 발표자료
🗺️ News 03 — 잉글랜드는 왜 복원 면적에 4만 헥타르 상한을 뒀을까

England · Natural England / Defra
- 무슨 일이 있었나 잉글랜드는 환경법에 따라 2042년까지 보호구역 밖에서 50만 헥타르가 넘는 야생생물 서식지를 새로 만들거나 복원해야 합니다. 5월 15일 공개된 최신 집계에서는 2023년 이후 77,638헥타르에서 서식지 조성·복원 조치가 이뤄졌거나 진행 중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집계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은 농경지 가장자리에 야생화가 자라는 서식지를 만드는 유형이었습니다. 상대적으로 조성하기 쉽고 효과에 대한 근거도 잘 축적된 방식입니다. 다만 이 유형만 계속 늘어나면, 전체 면적은 빠르게 커져도 다양한 서식지가 고르게 조성·복원되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정부는 이 유형이 전체 목표에 기여할 수 있는 면적을 4만 헥타르까지로 제한했습니다. 올해 이 상한에 도달했고, 앞으로 같은 유형의 서식지를 더 만들더라도 50만 헥타르 목표의 공식 집계에는 추가되지 않습니다.
- 쉽게 말하면 만들기 쉬운 서식지 하나만으로 목표 면적을 채우지 못하도록 한도를 둔 것입니다.
- 왜 중요한가 새로운 지표를 만든 것이 아니라, 특정 유형의 서식지를 목표 면적에 얼마나 반영할지 집계 규칙을 조정했기 때문입니다.
- 앞으로 볼 것 4만 헥타르 상한에 도달한 뒤 다른 종류의 서식지 조성과 복원이 얼마나 늘어나는지가 중요합니다. 다음 집계는 2026년 겨울로 예정돼 있습니다.
출처 · Natural England, A shared picture of progress · UK Defra, Habitat creation and restoration Environment Act target delivery plan
📖 이번 호 용어
뉴스를 읽다 보면 자주 나오는 개념입니다.
- 에이커(acre) 미국과 영국 등에서 토지 면적을 나타낼 때 사용하는 단위입니다. 1에이커는 약 4,047㎡, 약 0.405헥타르이며, 1헥타르는 약 2.47에이커입니다.
- 결과 중심 목표(outcome-based target) '몇 헥타르에서 무엇을 하겠다'가 아니라 '그 결과 무엇을 얼마나 바꾸겠다'고 정한 목표입니다. 예를 들어 '100만 헥타르에서 재생농업을 하겠다'가 면적 목표라면, '재생농업을 통해 토양유기탄소를 일정 수준까지 높이겠다'는 결과 중심 목표입니다.
🔎 키워드 깊게 풀기 — 좋아졌다고요. 무엇과 비교해서요?
어떤 땅의 토양유기탄소가 지금 3%라고 해볼게요. 이 숫자만 보고는 좋은 소식인지 알 수 없습니다. 시작할 때 2%였다면 좋아진 거고, 4%였다면 오히려 낮아진 거니까요. 이렇게 변화를 판단할 때 비교하는 출발점을 기준선(baseline)이라고 합니다.
복원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 토양유기탄소가 얼마인지, 미생물 군집이 어떤지만으로는 '얼마나 좋아졌는지'를 알기 어렵습니다. 시작할 때의 상태가 함께 있어야 변화가 보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중요한 건 현재의 숫자 하나가 아닙니다.
시작할 때는 어땠고, 지금은 얼마나 달라졌을까요?
면적 다음에 봐야 할 숫자는 여기에서 시작합니다.
🧭 COFN Lens
전과 후를 비교한다. 당연한 말처럼 들리죠. 그런데 사업 전에 현장에서 직접 측정한 기준선은 나중에 같은 조건으로 다시 만들 수 없습니다. 사전 진단이 없다면 시간이 지난 뒤 실제로 좋아졌더라도 전후를 직접 비교하기가 훨씬 어려워집니다.
저희는 복원 현장에서 살포 전에 토양 이화학성과 미생물 군집을 먼저 측정합니다. 그리고 복원 이후 같은 항목을 다시 측정해 전후의 변화를 비교할 근거를 남깁니다. 면적이 중요하지 않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사업이 얼마나 크게 진행됐는지를 보여주는 데는 여전히 가장 직관적인 숫자니까요.
📬 다음 호 예고
모스픽 창간호에서 한 가지를 지켜보자고 했습니다. 8월 몽골 울란바토르에서 열리는 유엔사막화방지협약 제17차 당사국총회(UNCCD COP17)에서 토지 복원의 재원과 실행 방식에 어떤 합의가 나올지였습니다. 회의는 8월 28일 끝납니다. 울란바토르에서는 결국 무엇을 결정했을까요?
모스픽은 격주로, 땅의 관점으로 찾아갑니다. 2주 뒤 같은 자리에서 뵐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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