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FN 시리즈

NASA가 주목한 작은 생명체,
우주 비행사 이끼

우주 비행을 하고 온 이끼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작은 이끼가 지구를 떠나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실험까지 받았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미국항공우주국 NASA에서는 이끼가 우주 방사선 실험에서도 살아남는 생명체임을 밝혀냈습니다. 이제 이끼는 미래 우주 생태계 연구에서 주목 받는 존재가 되었죠.

이 글에서는 실제 NASA 실험을 바탕으로, 이끼가 어떻게 우주 실험의 주인공이 되었는지, 그리고 그 의미가 무엇인지 살펴보겠습니다.

우주 실험과 이끼의 만남

'과연 지구의 생명체가 우주 환경에서도 잘 살아남을 수 있을까?'

우주 환경 실험은 생명체가 우주로 갔을 때, 우주 환경에 어떻게 적응하는 지에 대한 실험입니다. 이 실험은 우주 탐사와 태양계 밖 생명체 연구의 필수 과정이죠.

Structural Comparison of Bryophytes and Vascular Plants

그럼 이 우주 환경 실험과 이끼는 어떻게 만나게 되었을까요?

이끼와 우주 실험을 시도하게 된 배경으로는 이끼의 놀라운 적응력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이끼는 진화 과정에서 극한의 환경에 적응해왔습니다.

· 오존층이 얇은 극지방
· 고산지대
· 원자력 발전소 사고 지역이나 핵실험 지역

이처럼 지구에서 대표적으로 방사선이 강한 환경에서도 살아남는 강인한 생명력을 보여주었죠. NASA는 특히 이끼가 다른 식물보다 압도적인 방사선 내성(Radiation Tolerance)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이 특성이 바로 실험에서 이끼가 선택된 핵심 이유였다고 합니다.

게다가  이끼는 크기가 작고 생활 주기가 짧아 연구하기 편리합니다. 또, 생물의 DNA를 정밀하게 자르고 바꿀 수 있는 ‘유전자 편집 기술(CRISPR)’ 같은 연구 도구에도 잘 활용되죠. 쉽게 말해, “작고 튼튼하며 다루기 쉬운 식물”이었던 겁니다. 따라서 연구원들은 이끼의 이런 장점을 보고 이끼가 지구에서 보여준 방사선 내성이 과연 우주에서도 견딜 수 있는지 실험한 것입니다.

우주 실험체로 선택된 ‘지붕빨간이끼’

A Strategy for Survival

출처 ⓒ 국립생물자원관_한반도의 생물다양성 [지붕빨간이끼]

이끼 중에서도 특히 방사선에 강한 종이 있습니다. 바로 이번 이끼 실험에 쓰인 ‘지붕 빨간 이끼(Ceratodon Purpureus)’입니다. ‘지붕빨간이끼’는 크기가 작고 포자가 가벼우며, 관리도 간편해 우주 비행 임무에 안성맞춤이죠.

일반 식물은 중력과 방사선 같은 우주 환경을 견디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일반 식물로는 우주 환경 실험이 어렵다고 하죠. 그동안 ‘우주 방사선이 식물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대한 연구가 부족했던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그래서 연구진은 이번 우주 환경 실험에서 가장 적합한 후보로 지붕 빨간 이끼를 선택했습니다.

이제, 본격적인 우주 실험 과정을 살펴볼 차례입니다.

‘NASA’의 ‘ARTEMOSS’ 실험은 이렇게 진행됐다

Ecological Restoration Begins with Moss

실험 ‘아르테모스’의 로고, 출처 ⓒ NASA

지난 2024년 11월, 미국 항공 우주국(NASA)은 새로운 우주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남극에서 채집한 이끼 지붕빨간이끼(Ceratodon Purpureus,일명 ANT1)를 방사선과 무중력 환경에 노출시키는 실험이었죠.

실험의 이름은 바로 ‘ARTEMOSS’입니다.

Ecological Restoration Begins with Moss

페트리 접시에 놓여 있는 이끼 실험군들, 출처 ⓒ NASA


‘ARTEMOSS’ 실험 과정

1. 이끼를 작은 페트리 접시에 배양한 뒤, NASA의 우주 방사선 연구소(*NSRL)에서 고에너지 이온 빔에 먼저 노출시킵니다.
2. 일부는 지상에서 분석하고, 나머지는 냉장 상태로 포장해 우주로 보냅니다.
3.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도착하면, 무중력 상태에서 일정 기간 성장을 지켜봅니다.
4. 이후 이끼는 초저온(-150℃)으로 급속 냉동된 뒤, 특별 냉동 장치(MELFI)에 보관되어 지구로 귀환합니다.

이러한 실험 과정을 통해 연구진은 우주 방사선과 미세 중력이 식물에 어떤 영향을 주는 지를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지구에서 이미 뛰어난 내성을 보여줬던 이끼는 우주에서도 살아남았을까요?

*NSRL = Nasa Space Radiation Laboratory 브룩헤이븐 연구소(BNL) 내에 위치한 연구 시설로, 우주 방사선 환경을 지상에서 인공적으로 재현 실험하는 곳 (우주에서 실제 발생하는 방사선을 모사한 고에너지 빔을 이용해 식물, 인간, 세포 등에 방사선 영향을 실험)

지구와 우주의 경계를 허문 이끼

Protonema of Moss under the Microscope

출처 ⓒ NASA

연구진들은 ‘지붕 빨간 이끼’가 우주 방사선에서도 뛰어난 내성을 보인다는 가설을 검증해냈습니다.

결국, ARTEMOSS 실험에서 이끼는 우주라는 방사선과 미세중력이라는 극한 조건에서도 강한 회복력과 생명력을 발휘했고, 무사히 지구로 돌아왔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끼가 단순히 ‘살아남았다’는 사실에 그치지 않았다는 겁니다. 연구진은 이끼가 어떤 생물학적·유전적 반응을 보였는지도 세밀하게 관찰했습니다. 특히 '광합성 효율', '세포 재생력', '유전자 발현 패턴'과 같은 영역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안겨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아직 실험 결과에 대한 공식 논문은 발표되지 않았지만, 실험 자체가 매우 정교하게 설계되었기 때문에, 앞으로 공개될 데이터가 중요한 정보를 제공할 것으로 보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포인트는 이것입니다.
이번 실험을 통해 이끼가 달이나 화성기지같은 우주 생태계에서 선구 생물(Pioneer Species)로 활약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것이죠.

미래의 우주 농업, 그리고 이끼

이끼는 이제 우주에서도 중요한 연구 대상이자, 미래 농업을 위한 모델 생물로도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러한 우주 환경 실험들은 단순히 우주만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기후 변화로 황폐해진 지구의 극한 상황에서도 어떤 식물이 키우기 적합하고 우리가 어떻게 재배해야 하는지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이 되기도 하죠.

Protonema of Moss under the Microscope

출처 ⓒ Scott, R. (Director). (2015). The Martian [Film]. 20th Century Fox.

영화 ‘마션’을 떠올려볼까요?
주인공 마크 와트니는 붉은 황무지 같은 화성에서 살아남기 위해 감자 하나에 의지해 고군분투합니다. 하지만 만약 그 땅에 먼저 이끼가 선구 식물로서 살아남아 토양을 완충해줬다면 어땠을까요? 감자뿐 아니라 더 다양한 작물이 뿌리내릴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을지도 모릅니다.

실제로 이끼가 지금처럼 여러 우주 실험에 선구 생물이 되어 더 많은 작물들을 자라는 데 도움이 된다면, 언젠가 영화 속처럼 화성에서 여러 농작물을 기르는 장면이 현실이 될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미래의 '마션2'에서는 이끼가 배경에 당당히 등장하지 않을까요?

코오네도 달 토양과 이끼를 연구했다고?

흥미롭게도, 코드오브네이처 역시 달토양과 이끼를 활용한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NASA 실험처럼, 우리도 작은 생명체인 이끼에서 지속 가능한 생태 복원의 해답을 찾고 있는 거죠.

궁금하다면 아래 링크를 통해 또 다른 코오네의 연구 이야기를 확인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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